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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주역』과 스탠포드 창의력 수업이 만나는 지점

CORNERMAN 2025. 5. 20. 11:51

인공지능이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에 창의성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야 하는가. 흥미롭게도 고대 동양 철학의 정수인 『주역』과 스탠포드 대학 제레미 어틀리 교수의 창의력 강의는 이 질문에 대해 놀랍도록 유사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 두 세계는 시대와 언어, 기술의 차이를 뛰어넘어 창의성과 인간성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법에서 만난다.

 

『주역』의 "몽(蒙)"괘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무지에서 배움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어리석음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깨달음을 위한 전제다. 배움은 누군가의 지식을 주입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자각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이다. 제레미 어틀리도 이와 유사하게, AI를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도구로만 사용할 경우 오히려 창의성이 억제된다고 경고한다. 그는 “질문만 하지 말고, AI가 질문하도록 유도하라”고 말한다. 이는 곧, 외부에서 답을 찾기보다 AI를 통해 내면의 사고를 끌어내고 스스로를 반추하라는 메시지다.

 

『주역』의 "수(需)"괘는 기다림과 인내의 가치를 강조한다. 어떤 일이든 성급하게 결론에 이르려 하지 말고, 천천히 흐름에 맡겨야 비로소 형통할 수 있다. 어틀리는 AI와의 협업에서도 마찬가지로, 빠르게 ‘좋은 답’을 얻으려 하기보다 반복적인 피드백과 탐색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첫 번째 생각에 머무르지 말라”는 창의성의 원칙이며, 이는 결국 시간을 들여 성찰하는 태도와 연결된다.

 

또한 『주역』의 "비(比)"괘는 조화와 상호 보완의 중요성을 말한다. 흙과 물은 본래 상극이지만, 서로 협력함으로써 생명을 기르는 원천이 된다. 어틀리 역시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동료’로 대하라고 조언한다. AI에게 피드백을 주고, 질문을 던지고, 협업의 대상으로 삼을 때 비로소 창의성과 생산성이 극대화된다. 관계의 재정의, 이것이 인간과 AI가 공존할 수 있는 핵심 열쇠다.

 

무엇보다도 주역과 어틀리 모두 “평균에 머물지 말라”고 말한다. 『주역』은 참된 지혜는 단순한 정보나 반복된 지식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본질을 꿰뚫는 데 있다고 본다. 어틀리는 “AI는 평균을 학습하지만, 인간은 평균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같은 도구를 쓰더라도 각자가 지닌 경험과 관점이 다르기에 결과 또한 달라진다. 창의성은 도구보다 사용자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AI 시대에도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사고력과 감성, 관계 맺음의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주역』의 철학이 그랬듯이,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을 두려워하거나 맹신하는 태도가 아니라, 스스로를 깨닫고 조화롭게 협력하며 기다릴 줄 아는 지혜다. 그 지혜가 바로 창의성의 본질이며, AI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인간의 방식이다.